AI 시대, 대학 교육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2025-11-10
나는 학생들에게 AI를 사용하라고 권유한다. 우리는 이미 삶의 많은 부분에서 AI를 쓰고 있는 것처럼, 수업에서도 AI를 쓸 수 있다. 하지만 AI 시대에 대학 교육이 해야 할 일은 바뀌었다. 지식 전달이 아니라, 학생 각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만드는 법을 배우게 하는 것이다.
교과서를 새로 쓰는 이유
나는 1학기에 유전학을, 2학기에는 프로그래밍을 가르친다. 두 과목 모두 2학년 대상이다. 유전학 수업은 교과서를 선정하지 않고, 내가 직접 만든 자료 — 주요 논문, 리뷰 등을 슬라이드로 엮어서 — 로 수업했다. 그렇게 6년을 가르치고, 올해 연구년을 맞아 수업 방식을 바꾸기 위해 교과서를 작성하고 있다.
나는 슬라이드 중심 수업과 암기식 교육에 회의적이다. 생물학은 빠르게 변화하는 분야다. 유전학만 해도 지난 10년간 대량의 데이터가 쏟아지며 패러다임이 몇 번이나 바뀌었다. 이렇게 빠르게 변하는 지식을 암기하는 것보다, 현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어떻게 형성되고 변화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그래서 나는 교과서를 새로 쓰면서 정형화된 정의보다는 개념의 맥락과 변화 과정에 집중했다. 내년부턴 슬라이드를 없애고, 소수의 그림만 놓고 토론할 계획이다.
인간에게 남는 것
챗GPT가 보편화되면서, 나도 "인간은 인공지능보다 나은 게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자주 했다. 명확한 답은 없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인간에게는 특정 주제에 대한 호기심과 욕구가 있다는 것이다. AI는 방대한 지식을 가졌지만, "이것이 궁금하다"는 질문 자체는 만들지 못한다. 그래서 대학 교육은 학생 각자가 갖는 욕구를 발굴하고, 그것을 말과 글로 표현하는 법을 배우는 시간이어야 한다. 인공지능 시대에 대학 수업이 차별화될 수 있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프로그래밍 수업에서의 실험
내가 2학기에 가르치는 프로그래밍 수업은 처음 3주 동안 기본 코딩을 배우고, 동시에 "각자가 답을 찾고 싶은 논문을 찾으라"고 한다. 그리고 찾은 논문에서 공개된 데이터(raw data가 아니라 supplement의 summary data)를 탐색하게 한다.
그런데 이런 데이터를 보기 전에 하는 것이 있다. 본인이 분석하고 시각화하고 싶은 것을 손으로 직접 그리게 시킨다. 수업 시간에 종이를 나눠주고 손으로 그리게 한다. 그린 내용을 학우들과 설명한다. 그리고 남은 몇 주 동안 그 데이터를 분석하고, 코드를 짜고 글을 써서 포트폴리오를 완성한다. 완성된 2-3장의 포트폴리오는 다른 학생들과 나눠 읽고 피어 리뷰 코멘트를 작성한다.
예전엔 이렇게 수업하면 어려웠는데, 24년부터 챗GPT를 쓸 수 있으니, 학부 2학년 학생들 수준에서도 코드 학습이나 포트폴리오 작성이 훨씬 가속화되었다. 그래서 나는 AI를 활용해 코드 작성법, 논문 읽는 법, 글쓰기 방법에 대한 각각을 설명한다.
이런 수업은 대형 강의로 불가능하다. 40명이 내가 커버할 수 있는 최대 인원이다. 프로그래밍 수업을 할 때, 나는 학생들과 Slack을 만들어 7일 24시간 언제든 질문할 수 있게 한다. 한 학기 동안 대략 8000개 메시지가 오간다. 또한 학생들을 팀 Notion에 초대해 배운 내용을 기록하게 한다. 그러면 한 학기 동안, 한 학생의 생각이 어떤 방향으로 얼마나 성장하는지 과정을 볼 수 있다.
대학에 왜 와야 하는가?
사실 이 질문은 지난 6년간 내가 매 학기 학생들에게 공개적으로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내 답은 이렇다. 대학은 학생 각자의 이야기를 만드는 곳이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MZ세대의 "개인화"를 단점으로 꼽지만, 나는 이게 큰 장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내가 가르친 학생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만드는 것에 강한 갈망이 있었다. 프로그래밍 포트폴리오를 통해 자신의 질문과 해석을 작성하게 하면, 기술적 어려움을 제외하면 다들 능숙하게 해냈다. 학회에 가봐도 이전 세대보다 지금 세대 학생들의 포스터 발표 태도와 참여도가 훨씬 높다.
필요한 것은 제도가 아니라 자유
학생들이 대학에서 배워야 하는 것은 정형화된 지식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지식을 자신의 언어로 변환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다. 학생들은 각자의 미래를 선택하고, 나와 같은 주제를 연구하거나 같은 직업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그 출발점이 되는 대학에서 자신의 생각을 형성해가는 게 필요하다.
이런 교육이 가능하려면 제도가 아니라 자유가 필요하다. 교수들에게 필요한 건 공부하고, 연구하고, 가르칠 시간과 자유를 주는 것이다. 나는 연구년 동안 여러 교과서를 쓰고 모두 무료로 공개했다(chaek.org). AI 시대, 대학 교육은 학생 각자의 이야기를 만드는 곳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교육자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제도가 아니라 자유와 시간이다. 각 교강사에게 최대한의 개성과 자유를 주면, 학생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