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LM-Wiki로 연구실 학생 지도하기
2026-04-14
LLM-Wiki 덕분에 공부하는 재미를 흠뻑 느끼고 있다. 대학원에 처음 입학했을 때 Endnote를 채워가며 논문을 읽던 시절이 떠오른다. 이 방식으로 한동안 써보면서 느낀 점들을 정리해본다.
위키를 쌓는다는 것의 의미
LLM-Wiki는 단순히 논문을 읽고 요약하는 도구가 아니다. 논문을 읽은 뒤 특정 주제에 대해 질문을 던지거나 개념을 정리할 때마다 위키 페이지가 하나씩 만들어지는 형태다. 이 과정 자체는 ChatGPT를 일상적으로 쓰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결정적인 차이는 대화의 소스다. 내가 선별하고 읽은 자료, 내 연구 맥락에서 중요하다고 판단한 문헌들이 근거가 된다.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솔직히 말하자면, 지식베이스를 구축하고 질문을 도출하는 초기 단계가 꽤 많은 시간을 요구한다. 하지만 이 고개를 어느 정도 넘어서면, 그다음부터는 완전히 다른 즐거움이 찾아온다.
교과서를 만드는 방법이 바뀌었다
최근 싱글셀 파운데이션 모델 관련 논문들을 몇 편 작업 중이다. 솔직히 이 분야는 나도 처음부터 배우는 것이었다. 작년 한 해 동안 강의자료도 만들고 교과서도 쓰면서 공부를 많이 했는데, 그 자료들을 LLM-Wiki에 넣고 계속 작업하고 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지식베이스를 이용해서 연구실 학생들을 위한 교과서를 쓰면 어떨까. 그래서 그동안 학생들과 나눈 대화들, 주고받은 메일들을 불러와서 어떤 부분에서 자주 막히고 어디가 헷갈리는지를 정리해보았다. 그 결과물을 Notion에 교과서 형태로 올려두었다. chaek에는 나중에 올릴 예정이고, 지금은 연구실에서 활발하게 이어지는 작업이라 Notion이 더 적합하다.
학생들이 연결되는 방식
학생들은 Notion에 올라온 교과서를 읽으면서 의문이 생기면 코멘트를 바로 남길 수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학생들도 Notion API를 통해 그 교과서 내용을 가져와서 본인의 LLM-Wiki에 연결할 수 있다. 논문 작업이나 분석 과정에서 필요한 개념을 자신의 지식베이스 위에서 다루는 것이다.
Claude Code에 Gmail을 연결하면, 학생들이 논문이나 분석 결과에 대해 보낸 메일을 MCP로 불러와서 LLM-Wiki와 연결해 읽을 수 있다. 원고나 분석에 대한 피드백이 있으면, 그 내용을 정리해서 API로 Notion에 작성하는 흐름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이렇게 하면 메일함이 단순히 대화가 묻히는 곳이 아니라, 지식베이스로 흡수되는 입력창이 된다.
미팅 준비가 달라진다
공동연구 그룹을 만나기 전에도 LLM-Wiki를 쓴다. 상대 그룹에서 최근 낸 논문들을 미리 읽고 LLM-Wiki로 정리한 뒤, 우리가 개발 중인 연구주제들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를 미리 적어둔다. 미팅 자료를 미리 만들 수 있고, 대화가 훨씬 밀도 있게 흘러간다.
유일한 단점, 그리고 그것을 다루는 법
LLM-Wiki의 단점이 딱 하나 있다면, 편향이다. 유저가 선별한 자료와 질문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특정 방향으로 지식이 쌓인다. 그래서 위키를 정리할 때는 가끔 원문으로 돌아가 읽고, 클로드에게 다루지 못하는 주제가 있는지 직접 물어봐야 한다. 인용된 참고문헌 중 보완이 필요한 문헌이 있는지도 확인한다. 보통 클로드는 "이런 논문이 있으면 살펴볼 수 있습니다"라는 식으로 제안하는데, 그렇게 함께 읽는 작업을 이어나간다.
내 경우를 예로 들면, 비코딩 변이를 연구할 때 나는 TAD(염색체 3차원 구조) 방식보다 내가 논문을 써온 카테고리 방법을 선호한다. 내 자료를 바탕으로 하다 보니 LLM-Wiki가 TAD 관련 지식을 충분히 파고들지 않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나는 이 편향이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를 안다. 그리고 그 부분을 클로드에게 직접 지적하면서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 편향을 제거하려는 게 아니라, 편향을 알고 다루는 것이다.
LLM-Wiki는 딸깍 하면 나오는 툴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점이다. LLM-Wiki는 만능 도구가 아니다. 유저가 충분히 질문을 해야 하고, 그에 대한 답과 정리된 결과를 읽고 소화해야 한다. AI가 내놓는 답 자체가 곧 내 지식이 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과정도 그렇다. 연구자라면 오히려 공부를 더 많이 하게 되고, 자신의 지식 체계 확장과 함께 가게 된다.
위키 페이지가 많아지면 클로드가 grep으로 검색하는 방식이 약해진다는 문제도 있다. Karpathy 선생도 이 지점에서 qmd 같은 툴을 권했는데, 나도 써보니 대만족이다.
학부 수업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대학교 학부 수업에서도 LLM-Wiki를 활용하고 있다. 수업에서 쓰는 교과서를 LLM-Wiki에 넣어두었다. 학생들이 Slack에 질문을 남기면 — 우리 수업은 Slack으로 7일 24시간 질문을 받는다 — 그 내용을 Claude MCP로 불러와서 LLM-Wiki를 바탕으로 답을 작성한다. 학생의 질문은 다시 LLM-Wiki에 편입되면서, 위키가 점점 수업 맥락에 맞게 정교해진다.
한 가지 재미있는 문제가 있다. 학생에게 주는 답이 어딘가 "클로드 말투"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개선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평소에 클로드처럼 말하면 된다. "충분한 정보를 찾았으므로, 답변을 작성합니다" 같은 식으로.